Thursday, October 25, 2012

[김연수] Camilla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...



도서관에 동생 책 빌리러 갔다가 대출하려는 순간에 슬그머니 이 책을 밀어넣는 A.
신간인데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라며, 너도 읽어보라.
는 A의 말에 빌려놓고 한참을 옆에 놔두고서는 반납일 연체 문자에 하루만에 읽어버렸다.


단풍 물들고 낙엽 떨어지는 이 가을에 '심연'이라는 단어만큼이나 감성 돋게 하는 언어들 가득 모여있었다.



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,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.
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.
2005년을 기점으로 너는 나보다 더 나이가 많아졌지.
그럼에도 네가 영원히 내 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.
내 안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네가 나왔다니,
그게 얼마나 대단한 경험인지 네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있는 입술이 내게는 없네.
네 눈을 빤히 쳐다보고 싶지만, 너를 바라볼 눈동자가 내게는 없네.
너를 안고 싶으나, 두 팔이 없네.
두 팔이 없으니 포옹도 없고,
입술이 없으니 키스도 없고,
눈동자가 없으니 빛도 없네.
포옹도, 키스도, 빛도 없으니,
슬퍼라,
여긴 사랑이 없는 곳이네.